사업을 보다 보면, 참으로 이상한 존재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정작 아무 권리도, 아무 역할도 없는 이들이, 마치 모든 일을 자기 손으로 만든 양 행세하며 제품과 서비스의 사이, 바이어와 창작자 사이, 개발자와 브랜드 사이에 슬그머니 끼어든다. 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남이 흘린 땀의 결정체 위에 수수료라는 이름의 깃발을 꽂는다.
이들은 마치 이런 장면과도 닮아 있다.
OEM 공장을 수개월에 걸쳐 컨택하고, 원단부터 포장까지 수차례 샘플링을 거치며, 해외 바이어의 까다로운 요청을 번역하고, HS코드와 통관 절차까지 챙긴 사람이 간신히 거래 성사 직전까지 끌어올렸을 때, 느닷없이 옆에서 나타나 “제가 바이어랑 조금 안면이 있습니다”라며 끼어드는 이들. 심지어 제조 원가도 모르고, 계약 리스크도 알지 못하고, 물류 일정 하나 챙겨본 적 없는 이들이 조율자, 연결자, 에이전트 행세를 한다.
그리고는 PO가 나간 후, 정산 시점에서 ‘소개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5%, 10%를 요구한다. 얼핏 정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이 한 일이라곤 “이쪽이 괜찮다더라”는 말 한마디와, 중간에 단체 카카오방을 하나 만든 것뿐이다.
사업은 실무고, 실무는 책임이다. 책임도 없이, 리스크도 없이, 단지 연결만 해놓고 모든 공정과 수고 위에 가볍게 올라타는 이들.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고, 심지어 눈치도 없다. 세상은 이들을 ‘중간 착취자’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 말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브로커’라는 표현을 쓰는 이도 있지만, 정당한 브로커는 최소한의 정보력과 실행력, 그리고 일정한 위험부담을 짊어진 사람들이다. 이들처럼 책임은 회피하고, 수익만 챙기려는 자들에게 ‘브로커’라는 말조차 과하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기생 사업가’쯤이 어울릴까.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면서, 남의 성과에 빨대를 꽂고, 그들의 노력 위에 자칭 ‘협력자’라는 간판을 내건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묻게 된다. ‘과연 저들은 자기 행동이 부끄럽지는 않을까?’ 남이 쌓은 공을 가로채고, 정당한 대가 없이 결실만 챙기며, 밤에 눈은 잘 감기는가, 거울은 똑바로 볼 수 있는가. 하지만 그런 부끄러움마저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뻔뻔함은 때로 능력처럼 보이고, 무감각은 생존의 기술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바로 그 무감각이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지도 모른다.
슬픈 일이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은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명확히, 더욱 예리하게 그들의 실체를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몫이 아닌 것을 탐하는 자는 결국,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사람들을 거르고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체크리스트다.
1. 첫 미팅에서 상대의 ‘질문 수준’을 보라.
-
진짜 실무자는 대화 중 수치, 시장, 일정,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
반면, ‘겉핥기’나 ‘브로커’들은 주로 사람, 감정, 분위기에 집중한다.
-
진짜 전문가와 중간자의 차이는 ‘묻는 질문’에 드러난다.
2. 기획안·컨셉안을 받을 때는 ‘배경과 논리’를 요구하라.
-
“이거 예쁘죠?”가 아니라
“이런 맥락에서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려고 제안합니다.”라는 설명이 붙어야 한다. -
컨셉이 없는 결과물은 우연이고, 컨셉이 있는 제안은 전략이다.
3. 보도자료, 협업 발표 전에 NDA(비밀유지계약)를 반드시 작성하라.
-
아이디어 탈취, 자료 유출, 언론 보도 선점은 모두 비밀관리 실패에서 시작된다.
-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
공식문서 없이는 말 한마디도 공표하지 말 것.
4. ‘협업’이라는 말은 가장 많이 악용되는 단어다.
-
협업이란 상호 기여와 이익의 분배가 있어야 한다.
-
단순히 “너는 홍보, 나는 제품”이면 협업이 아니라 업무 분담이다.
-
‘콜라보’라는 말 속에 숨은 무급 노동 요구를 경계할 것.
5. 계약서 외에 ‘워크 플로우 합의서’를 따로 만들라.
-
어떤 툴을 쓰고, 어디에 자료를 올리고, 누가 피드백을 언제까지 주는지까지 작업 흐름을 명확히 기록한다.
-
분쟁은 대부분 ‘프로세스 이해 차이’에서 발생한다.
-
특히 원격 협업, 프리랜서 계약에서 워크 플로우 정리가 필수.
6. 협업 후에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라.
-
일회성으로 끝날 건지, 이후 유지보수·홍보·AS 등 후속 관리가 가능한 체계인지 따져야 한다.
-
좋은 협업은 끝난 후에 후속 성장 구조까지 함께 설계돼 있다.
7.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길러야 한다.
-
잘못된 시작은 오래 끌수록 손해가 커진다.
-
“이 협업은 맞지 않다고 판단합니다”라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
브랜드의 철학은 ‘거절하는 기준’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협업 중 반드시 피해야 할 레드 플래그 신호
신호 | 경고 이유 |
---|---|
“우린 계약서 잘 안 써요” | 책임 회피 가능성 매우 높음 |
“돈은 나중에 다 맞춰드릴게요” | 애초에 예산이 없을 가능성 |
“우리 대표님이 나중에 오실 거예요” | 실제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사람과 협의 중 |
“그냥 해보면 알아요” | 전략도 기획도 없음. 실패 책임은 당신 몫 |
“기대 많이 하세요~” | 실제 협업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의 습관어 |
이 모든 노하우는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신뢰는 명확함에서 오고, 분쟁은 애매함에서 온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협업 6가지 원칙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Job談 -잡담할까요? 브랜딩, 마케팅, 유통과 수출 그리고 일상다반사까지 잡담하고 싶은 사업자, 창업자, 청년기업, 여성기업, 프리랜서 → 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