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나는 세계의 맛 2

커리왈라

우리는 늘 어딘가를 갈망한다. 뚜벅뚜벅 걸어서, 기차를 타고, 혹은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하지만 여행이란 물리적 거리나 공간의 크기와는 무관할지도 모른다. 제주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타국의 맛을 느끼고 그곳의 공기를 상상할 수 있으니.

 

한 접시의 요리에는 많은 것이 담긴다. 각기 다른 기후에서 자라난 곡물과 채소와 과일들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난 동물들, 생선들까지. 또한 맛을 가미하는 갖가지 향신료와 설탕, 소금, 간장 등의 양념들. 거기에 다양한 조리법과 저장, 숙성 방법까지 더해지면 다양한 나라,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식이 탄생한다. 세계의 요리들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맛이라는 것은 하나의 우주 아닐까.
문득 엄마밥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맛보았던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먹었던 짭조름하고 달달한 팟타이와 바삭바삭한 스프링롤, 이스탄불 보스포르스해협을 바라보며 먹던 담백하고 신선한 연어구이와 뜨겁고 달달한 차이 한잔, 교토의 작은 밥집에서 먹던 할머니의 오므라이스, 히말라야 산위에서 먹던 네팔정식 달밧 등….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울 뿐 아니라 그곳의 문화와 자연, 음식을 먹던 순간의 추억까지 담는다.

 

곽지바다 옆 작은 인도
북인도가정식당 커리왈라

바다를 닮은 에메랄드빛 건물에는 햇살처럼 샛노란 문과 창이 달려있다.
화분처럼 가게 밖에 나란히 놓인 패브릭 의자들은 잠시 쉬어가도 좋다고 말한다.
커리왈라, 그곳에 들어서니 작은 인도가 펼쳐졌다.

 

인도에서 온 가정식

커리왈라는 티벳에서 온 다와츨링 씨와 한국인 김미나 씨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북인도가정식당이다. 가게 이름의 뜻을 물으니 다와츨링 씨가 말한다. “왈라는 힌디어로 ‘하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인도에서는 릭샤 끄는 사람을 ‘릭사왈라’, 짜이 파는 사람을 ‘짜이왈라’라고 하거든요. 저희는 커리를 만들어 파니까 가게이름을 ‘커리왈라’라고 지었어요.”
그는 19살 때 티벳을 떠나 인도로 왔다. 인도에서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로컬식당에서 일하였는데 그때부터 8년 간 인도요리를 해왔다. 로컬식당에서도 인도요리를 배웠지만, 그의 자부심은 인도가정집에서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직접 인도가정식 요리를 배웠다는데 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듬뿍 들어간 맛있는 커리. 엄마가 해주는 집밥, 친구네 집에서 먹는 친구엄마의 밥처럼 커리왈라의 커리는 평범한 인도의 가정에서 먹는 집밥의 맛 그대로다.

마살라의 맛

인도요리의 특징은 매운 맛과 강한 향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마살라(Masala)’라는 향신료이다. 인도요리에는 마살라가 빠질 수 없다. 커리왈라는 인도에서 공수한 마살라를 사용해 요리를 만든다. 매일 아침, 마살라에 양파와 토마토, 마늘 등을 넣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동안 끓여낸다. 파우더를 쓰지 않고 직접 커리를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정성은 맛에 비례한다.
커리왈라의 대표메뉴인 인도가정식커리는 커리와 짜파티, 밥, 설탕 뿌린 토마토가 한 접시에 나오는 음식이다. 매콤한 커리에 짜파티를 찍어 먹거나, 노란 강황밥에 커리를 살짝 부어 먹으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인도식 한 끼이다. 국내에 있는 인도음식점에는 ‘난(Naan)’이 많이 나오는데, 인도 현지 사람들은 ‘짜파티(Chapatis)’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한다. 짜파티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화덕이나 팬에 구워낸 것인데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 밖에도 직접 끓여 만드는 인도식 밀크티 ‘짜이’, 제주 막걸리와 인도식 요구르트를 혼합해 만든 ‘막걸리쉐이크’도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작은 인도여행

커리왈라는 ‘작은 인도’ 같은 곳이다. 단순히 인도음식을 먹는 것 뿐 아니라, 인도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인도에서 온 매혹적인 그림들, 알록달록한 종이등, 인도 어느 벽에 붙여있을 상품전단지와 인도소식을 담은 신문 등 인도에서 온 소품들은 인도의 풍경을 재현해 놓는다. 가게 한쪽에서는 인도상품을 판매한다. 알라딘 바지, 핸드메이드 파우치와 지갑, 스카프, 다즐링차, 마살라차, 아삼차 등 인도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가득하다. 여행지에 가면 그곳의 음식을 먹고, 그곳의 풍경을 보고, 그곳의 물건들을 구경한다. 진짜 인도에 가기 어렵다면, 잠시 제주에 오게 되었다면, 커리왈라를 여행하는 건 어떨까. 인도 커리를 맛보고, 인도의 분위기를 느끼고, 인도의 물건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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